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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마

    이 소설은 영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작가 제인 오스틴의 네 번째 소설입니다. 엠마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제목입니다. 주인공 엠마에 대한 평가는 여럿 엇갈리기도 하는데, 작가는 엠마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엠마라는 캐릭터에 대한 생각과 엠마의 역할을 알아보고 인간관계에서의 진실과 진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엠마 캐릭터에 대한 생각

    작가인 제인오스틴은 스스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엠마는 작가인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작가의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처럼 매력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엠마에 대해서 가장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점은 타인의 연애사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간섭입니다. 이런 모습은 특히 그녀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엇에 대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연애에 대해서 관심이 가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엠마는 분명히 과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그녀는 당사자들의 생각이나 감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짝을 짓고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간섭이 지나치고 정작 당사자들의 생각에는 신경을 덜 쓰다 보니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게 됩니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야 엠마는 자신의 실수와 지나친 오지랖을 깨닫고 이를 후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허영심으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용서할 수 없는 교만으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해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주제넘은 행동이 결국 허영심이었고 교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정작 엠마는 자신에게 나이틀리가 중요한 사람이고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일수록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있을 수도 있는데 엠마는 그런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엠마의 역할

    같은 작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오만과 편견은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9세기 초 당시 영국 여성들의 삶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엠마의 행동은 어찌 보면 과도한 오지랖을 부리는 행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의 결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회상을 생각해 보면 제인오스틴은 엠마에게 나름의 역할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그 역할이란 당시 여성들에게 씌워진 사회적 한계 내에서 최대한의 주체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회에서 그랬겠지만 여성들에게는 직접 남편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없거나 매우 적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여자들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여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실례인 것처럼 봤던 것 같습니다. 여자가 청혼을 거절하는 것은 남자들에게는 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언제나 여자들이 청혼을 받기만 하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나비, 여자는 꽃이라는 비유처럼 여성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선택받는 존재라는 인식에 대해서 작가는 엠마를 통해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해리엇에게 마틴의 청혼을 거절하게 하고 엘튼에게 호감을 갖도록 함으로써 여성에게도 배우자를 선택할 권한이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분명 당시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인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불편하게까지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 제인오스틴이 엠마에게 부여한 분명한 역할을 생각하면 그녀를 단순히 이해 안 되는 캐릭터로 낙인찍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에서의 진실과 진심의 중요성

    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소설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은 프랭크 처칠과 제인 페어팩스가 알고 보니 약혼한 사이였음이 밝혀졌을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잘생긴 프랭크의 등장은 지역 사교의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주인공 엠마에게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나중에는 그를 해리엇과 어떻게든 연결해 주려는 생각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프랭크가 등장한 초반에는 엠마도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프랭크 자신이 상당한 미남이어서 엠마에게 호감을 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엇과 연결해 주기 위해 그를 거절하겠다고까지 결심한 엠마에게 그의 비밀 약혼 소식은 놀라운 충격이었습니다. 그와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 특히 그의 비밀 약혼녀인 제인에 대한 험담까지 떠올리며 엠마는 곤혹스러워합니다. 그녀로서는 진실을 감춘 프랭크의 과거 언행이 불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프랭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땅에 떨어집니다. 이런 프랭크를 보면서 애초에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나이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엠마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의 모든 관계에서 진실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더욱더 확인하게 되지 않소?" 물론 여기서 잘 구분해야 할 점은 의도적으로 속인 것과 어쩔 수 없이 알리지 않은 것의 차이입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비밀을 어쩔 수 없이 알리지 못하거나 불필요해서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상황까지 모두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프랭크는 의도적으로 엠마 등 사람들을 속였기 때문에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이틀리가 말한 것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진실과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