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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

    이 작품의 주인공은 짐 호킨스라는 이름의 소년입니다. 그는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보물섬의 지도를 들고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짐과 함께 보물섬으로 보물을 찾아 나선 이들도 등장합니다. 치안 판사인 리브지, 트렐로니라는 지주가 등장합니다. 배의 선장인 스몰렛과 이 배의 선상반란을 일으킨 실버도 등장합니다. 이 작품을 읽고 값진 것은 숨겨져 있다는 착각,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왜 서로 살해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서 가장 강인한 인상을 남긴 존 실버의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값진 것은 숨겨져 있다는 착각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플린트라는 유명한 해적이 한 무인도에 숨겨둔 막대한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보물이 숨겨져 있는 위치가 나타나 있는 플린트의 보물 지도는 당연히 사람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 볼 만한 점은 왜 작가 스티븐스는 상상도 못 할 막대한 보물이 외딴 부인도 깊숙이 숨겨져 있다는 설정을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결론을 말해보자면 이 작품이 인간의 오래된 관념, 즉 값진 것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으며 이것은 노력하여 발굴해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좋은 것은 노력해야 얻을 수 있고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별 것 아니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인식 때문에 자기에게 이미 주어진 좋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평생 묻혀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사실 이 작품 속에서 보물을 찾아 나섰다가 패를 갈라 싸우고, 죽고, 죽인 사람들 대부분은 그 보물 없이도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집만 해도 물려받은 여관을 운영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지주인 트릴론이나 의사 겸 치안 판사인 리브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플린트의 보물지도를 발견한 순간,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에 대한 감사함을 까맣게 잊은 채 묻힌 그것을 찾으려 혈안이 됩니다. 땅속에 묻힌 채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기다리는 보물, 일생의 사치와 쾌락을 보장해 주는 보물에 온 정신이 쏠려 있었습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주목하게 됩니다. 지금보다 더 가지면 그만큼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치 소설 속 인물들이 감춰진 보물을 찾아 나선 것처럼 자신의 삶을 갈아 넣어야만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사실 이런 인식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더 가지고 더 누리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도 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눈이 멀어 이미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의 가치를 잃는다면 바람직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왜 서로 살해했는가

    비극적 이게도 이 소설에 나오는 히스파니올라호의 사람들은 두 패로 갈려 서로 죽고 죽이는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보물로 상징되는 물질의 소유권에 대한 배타적이고 경쟁적인 특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는 좀 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원인은 숨겨진 보물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정당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물을 노리고 선상 반란을 일으킨 존 실버와 그 일당들은 물론이고 짐이나 리브지, 벤 건 등에게도 사실 보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들 역시 선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운 좋게 보물 지도를 얻었을 뿐이지 정당한 소유권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장에게도 애초에 보물을 무인도에 묻어놓은 플린트에게도 소유권이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들은 남의 재물을 약탈하는 해적들이었습니다. 그 막대한 보물은 작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플린트가 이런 보물을 모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는 중간중간 나오는 해적들의 노래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물을 이렇게나 모으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을까 또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해석하자면 그 누구도 정당한 소유권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전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 실버의 행동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존재감을 뽐낸 인물은 존 실버일 것입니다. 다리 하나를 잃고 외발로 전혀 어색함 없이 배와 무인도 이곳저곳을 누비는 그의 모습에서는 강한 첫인상과 함께 묘한 힘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등장부터 왠지 모를 안 좋은 느낌을 주던 그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서 마침내 선상 반란을 주도합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실버에 대해서 무자비하고 험악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악당의 모습으로 끝까지 악행을 저지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존 실버의 행동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면서 작품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실버는 자신이 선상 반란을 주도한 주동자이면서 뻔뻔스럽게 상대측에 양다리를 걸치고 끝까지 간을 봅니다. 마지막 순간에 보물이 이미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인질로 데리고 온 주인공 짐에게 붙어 반란자들을 제압하고 스몰렛과 리브지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통의 전형적인 악당이 맞는 결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결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엔 아예 돈자루 하나만을 가지고 도망치는 좀도둑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버의 이런 모습은 극적인 재미를 주는 면도 있지만 그가 얼마나 치사하고 이기적인 인간인지를 나타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양다리 외줄 타기 행보는 사실 우리가 현실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처세술에 가깝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존 실버 같이 낯 두껍고 뻔뻔하게 행동하며 어떻게든 살아남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세에 뛰어나다고 평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사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존 실버의 처세가 놀랍게 보이긴 해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 대부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